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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낙스 만화 좋아한다? 그럼 그냥 봐라.
감성 하나는 손에 꼽힐 정도로 뒤짐 진짜. (해석 모음)

에반게리온 느낌이 많이 나는 이유는 안노의 부감독으로 일을 했던 카즈야가 이 애니의 감독이기도 하고, 엔드 오브 에바의 애니를 제작한 프로덕션 I.G와 함께 만들었기 때문.
스토리의 설명이 엄청 불친절하지만 그래서 그 특유의 사춘기 청소년이 겪는 성장통과 혼란에 대한 느낌과 감성이 더 돋보이는 듯.
그리고 너무 친절하면 궁금증도 줄어들고 흥미도 떨어져서 재미 없음. (그래서 요즘 나오는 애니 너무 친절해서 재미없음 그리고 연출이나 캐릭터 설정도 너무 뻔해. 감정 표현도 막 멋있을라고 호들갑은 왜 이렇게 존나게 떠는지. 아니 너무 오바해서 몰입이랑 공감도 안 되고 꼴볼견임 ㅅㅂ)

이 애니에 대해 리뷰를 조금 하자면 일단 시각적인 부분은 그냥 개쩔고 직접 보면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것들이니, 그보다는 개인적으로 느꼈던 부분들에 대해 말해보려고 함.

나오타를 보면서 느낀 건 어른인 척하고 세상 살이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만, 그냥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꼬맹이구나. 딱 그 나이대에 오는 성장기를 겪고 있다는 느낌? 나도 저 나이쯤 때 인생에 대한 태도, 미래에 대한 생각도 하기 시작하면서 나도 빨리 어른이 되어 내가 주도적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도 들고 어른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깐. 그 당시엔 부모의 보호 아래 편하게 살고 있지만 결국엔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지고 살아야 하니깐 스스로 돈을 벌고 소비를 하며 사는 주도적인 어른의 모습을 동경이 생겼었음. 그리고 나오타는 재능 많은 형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자신감이 없고 많이 위축되어 있었던듯. 그런데 4화에서 하루코의 도움으로 다리미 위에서 야구공 모양의 폭탄을 홈런 치면서 나오타가 자신감을 얻게 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음. 이걸 보면서 느낀 건 나오타가 하루코를 좋아하게 된 건 혼란스러운 자신을 리드해 줄 수 있는 어른스러운,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싶었던 게 아닐까? 나오타 집안의 아빠와 할아버지를 보면 별로 어른스럽기보다는 그냥 철부지 같잖아. 평소 믿음직스럽던 형도 미국으로 떠나고. 그러다 보니깐 자신도 형처럼 어른스러워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이에 비해 그렇게 어른인 척했던 게 아닐까?

마미미는 인상적이었음. 예쁘고 쿨해보이는 외모지만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고, 항상 무언가 공허하면서 자신을 구원해 줄 대상을 찾고 있음. 그래서 칸치를 자신을 구원해 줄 신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하지만 결국 마미미를 구원해준 건 어떤 대상이 아니라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사진으로 찍는 것. 이 애니에서 가장 많이 성장한 사람은 마미미가 아닐까? 특히 1화에 마미미가 담배 피는, 그러면서 The Pillow의 음악이 나오는 장면은 너무 좋다.

하루코는 이거 이거 진짜 나쁜 폭스련이네. 아토무스크의 힘을 얻고 싶어서 순진한 꼬맹이를 꼬셔서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고 끝까지 이용만 하다가 떠나버림. 그런데 나오타는 그걸 알면서도 마지막 6화에 눈썹쟁이의 말을 안 듣고 하루코한테 가는 걸 보면서 자신이 이용당하는 걸 알더라도 사랑을 택하는 아직 순수한 꼬맹구나. 그런데 또 한 편으로는 어른이 된 우리는 사랑 마저도 너무 논리적이고 계산적으로 접근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나이 먹고 현실 살다 보니 순수함을 너무 잃어버린 건 아닌가. 나오타는 자기가 이용당하는 걸 알아도 그냥 마음 끌리는 데로 움직이잖아. 멍청하기도 하지만 이게 어른이 된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순수한 모습인 거지.

아 힘들다. 대충 이정도만 적음. 캐릭터들이 하나 같이 입체적이라 좋음. 개인적으로 니나모가 제일 맘에 듬 ㅋㅋ


2025년 2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