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에 혁오 나왔을 때 그 한달에 990원 내고 벅스 사용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위잉위잉 첨 들었었음. 그땐 걍 목소리 독특하다 싶고 곡은 그냥 그랬는데 무도
나오고 유명해지고 관심 없이 살다가 수학 학원에서 수현이가 폰으로 와리가리
틀었는데 존나 신선한데 또 존나게 좋아서 충격받음. (호들갑 아님 ㅡㅡ) 그
이후로 젤루 좋아하게 됨.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혁오의 음악적인 부분의
성장과 변화, 오혁의 심리와 생각의 변화가 앨범에 너무 잘 표현되고 그것들이
시시하지 않아서 좋음. 그리고 각 앨범의 음악적 장르의 스펙트럼도 넓어서
지루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혁오의 음악은 전달하는 느낌과 생각, 감정이 엄청
다층적임.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서 음악들이 전달하는 것들이 매번 달라짐.
이게 바로 모든 예술가들이 꿈꾸는 시대를 초월하는 예술이지 않나? 화성학이
어떻고 멜로디가 어떻고 이런 테크닉적인 건 더 이상 중요해지지 않는 그
이상의 경계에 도달하는 그런 수준에 혁오는 있다고 나는 생각함. 특히
사랑으로 앨범은 혁오의 정점에 다다른 마스터 피스로 남지 않을까 싶은 생각.
그리고 적다 보니깐 생각나는 건데 오혁이 내러티브를 엄청 잘 짜는 듯. 곡의
진행도 그렇고 공연들도 보면 처음부터 톰보이, 와리가리 이런 히트곡들 막
부르는 게 아니라 관객들과 밴드 본인들이 서서히 몰입할 수 있게 편곡, 셋
리스트 짜서 무대 연출로 분위기와 흐름을 만들어서 각 곡들에 담긴 것들
최대한 몰입감 있게 관객에게 전달해 줌. 영상에 아카이빙 한 라이브 풀영상만
봐도 몰입감 좆 됨. 어쩌면 오혁의 가장 큰 무기는 이런 내러티브를 잘 만드는
능력이 아닐까 싶네.
혁오는 좋은 게 음악도 좋지만 음악 관련 하위 예술적인 것들에도 신경 많이
쓰고 같은 팀원들이랑 영상이나 사진으로 기록하고 공유하는 게 핵심
뽀인트인듯 함. 음악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 브랜딩 자체
처음부터 기획했고 잘 하는 것 같음. 이제 음악은 너무 넘쳐나고 형식적인
실험도 할 만큼 다 해서 거의 한계에 다 달았다고 생각함. 그래서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나오기도 힘들고 사람들의 만족에 대한 역치도 높아져서 더 좋은
음악을 들어도 큰 감흥을 얻기 힘들달까나?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가닿는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이건 음악뿐만이 아니라 사진, 영화, 글, 게임 등
모든 문화&예술 콘텐츠가 이제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나 생각함. 긴 인간의 역사
속에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스토리와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는 과정 속에서
탄생한 작품들이 평생 즐겨도 다 못 즐길 만큼 쌓이고 쌓였는데 더 이상 기존과
같은 형태의 예술이 더 필요할까? 라는 생각도 많이 들고, 신기술을 통한
새로운 하드웨어와 플랫폼이 빨리 나와야 여기서 한 단계 더 점프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이고 어떻게 준비하고 나아가야
사람들에게 전달이 될 수 있을까 등 다양한 생각이 듬.
결국은 그것이 갖고 있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와 그것을 기반으로 한 브랜딩이
현재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생각함. 근데 혁오는 그걸 잘 파악하고
자신들을 영상, 사진으로 기록해서 스토리를 만들고 그걸 기반으로 브랜드를
구축한 거고. 실제 나도 혁오나 오혁의 스토리나 생각이 담긴 dqm의 영상과
인터뷰 영상을 보고 나한테 더 와닿았음. 혁오의 음악만 들었다면 지금만큼
좋아하지는 않았을 듯? 20대 초반에 이걸 파악하고 기획, 실행 한 오혁이 진짜
개쩌네 ㅋㅋ 진짜 천재 아님?
근데 혁오 이제 10년도 넘었는데 언제까지 함께 음악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요즘 보면 오혁의 기존 음악을 하게 하는 원동력들이 초반에는
젊음의 불안과 걱정, 그 후에는 인간의 삶에 대한 고뇌에 관련된 것들이었는데
이제 나이를 먹으며 스스로의 답을 어느 정도 찾은 것 같기도 하고 결혼도
하면서 정서적으로, 현실적으로 많이 안정에 다른 것 같은데 그럼 이제 무슨
동력으로 음악을 할까나? 다른 멤버들도 각자 다른 밴드에 속해서 활동하면서
혁오 말고도 각자만의 활동을 하기도 하고. 밴드로 10년이면 할 만큼 했지.
특히 혁오의 [Help]랑 [Glue]는 오혁이 음악에 대한 지속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곡이 아닐까? 생각이 듬.
그리고 오혁이 침착맨 방송 많이 본다고 카더가든이 그랬는데 오혁이랑
침착맨이랑 닮은 부분 많은 듯. 아 오혁이랑 침착맨이랑 같이 놀고 싶다. 나랑
잘 맞을 거 같은데 ㅋㅋ 오혁 형아, 침착맨 아조씨 이 글을 본다면 연락 함
주쇼.
2025년 2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