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KOH


첨에 혁오 나왔을 때 그 한달에 990원 내고 벅스 사용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위잉위잉 첨 들었었음. 그땐 걍 목소리 독특하다 싶고 곡은 그냥 그랬는데 무도 나오고 유명해지고 관심 없이 살다가 수학 학원에서 수현이가 폰으로 와리가리 틀었는데 존나 신선한데 또 존나게 좋아서 충격받음. (호들갑 아님 ㅡㅡ)

가장 자연스러운 밴드. 그래서 가장 멋있는 밴드. 지구 1짱 밴드. 솔직히 대부분의 밴드들 혁오 선에서 싹 다 정리 가능.


좀 더 진지하게 개인적인 감상을 적어보자면, 일단 개인적으로 나는 오혁의 음악, 인터뷰, DQM에서 보여지는 행동과 말, 태도 등을 보며 생각하는 메커니즘이나 감정선이 나랑 엄청 비슷하다고 느낌. 물론 내가 실제 오혁을 만나서 얘기를 나눠본 적도 없고 내가 본 모습들 모두 미디어를 통해 편집된 모습이긴 하지만, 그 모습들에서 숨길 수 없는 그 사람의 생각과 태도, 감정선이라는 건 분명히 드러나고 시간이 지나도 유지됨.
아무튼 나도 엄청 복합적이고 생각이 왔다 갔다 하고 내 이상대로 살고 싶은데 또 엄청 현실적이라 그 괴리에서 느껴지는 부분들에 대한 불만과 고민, 막 자신을 드러내는 거 싫어하는데 또 자신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과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함께 이것저것 공유 하고 싶는 하고, 예술적인 것들에 관심은 많은데 또 막 호들갑 떠는 건 싫어해. 엄청 예민하고 만족에 대한 역치도 존나 높고 까다롭고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직관적으로 자신에게 와닿는 게 먼저고 그다음에 이유를 생각해 봄. 근데 또 자기 이야기를 작가처럼 굳이 남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건 아니야. 예전에 침착맨 방송에서 옥냥이가 침착맨 보고 형은 엄청 예술적인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침착맨은 자기는 그냥 예민한 거지 예술적인 거랑은 완전 다른 거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딱 이거랑 비슷함. 왜냐면 예술적인 사람이라고 하면 본인이 존나 유별나서 일반인들 사이에서 해소하기 어려운 욕구에 대한 자신의 얘기를 남한테 하고 싶어 근질거려서 못 참고 어떤 식으로든 분출해야 하는 성이 풀리는 정도의 욕망과 사회에 융합하기 어려운 정도의 유별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자신은 그 정도는 아니고 인방에서 친구들이랑 수다 떠는 것처럼 최근 생각 말하는 정도면 된다는 거지. 오혁도 자신에 대한 얘기를 사람들에게 하고 싶어서 음악을 했다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는 용도로 한 게 더 크니깐. 오혁이 침착맨 방송 많이 본다고 하던대 아마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더 그런듯. 나도 이 둘이랑 특성이 엄청 비슷함. 약간 딱 둘이 섞인 중간 정도의 느낌? 그래서 오혁 가사 엄청 뱅뱅 돌려서 말하는데 그 속에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너무 잘 읽힘. 솔직히 나만큼 그 당시 곡을 만든 오혁의 생각과 감정선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걸?

혁오를 좋아하는 이유야 뭐 존나게 많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의 인생에 대한 본질적인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 혼란, 시간, 죽음, 사랑과 같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결코 피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지만 반드시 마주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 그리고 그걸 멋부지리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
이게 가장 큰 이유임. 인간에 대해 가장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고, 그게 상대방에게 느껴지는 순간에는 음색이 뭐 어쩌구, 화성이 어쩌구 이런 건 너무 사소한 것이 되는 거임. 여기서 말하는 본질적이라는 것은 질문에 질문에 질문을 거쳐서 나온 아주 순수한 것들에 대한 걸 말하는 거임. 자신의 존재 이유, 시간과 죽음, 인생의 혼란 등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피할 수 없는 것들. 뭐 애인이랑 해어졌다고 느끼는 감정 이런 게 아니라.

그리고 그것들을 인간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선과 언어를 통해 너무나 공감되게 곡을 쓰고 만든다는 거.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잘 마케팅해서 사람들에게 전달할지까지. 아티스트적인 부분과 상업적인 부분 둘 다 갖춘 강력한 밴드이자 브랜드라는 거.
아 설명하기 귀찮아. 이정도면 대충 무슨 말 하는지 이해 되지?

근데 혁오가 언제까지 음악을 할지는 모르겠네. 10년이 넘었는데 이 정도면 멤버들이랑 할만한 거 거의 다 해보기도 했고, 많은 밴드들이 10년 정도면 해체하거나 활동을 잘 안 하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최근에 나온 AAA 앨범 들으면 오혁이 앞으로 음악을 얼마나 할지 의문임. 해도 앞서 만들었던 감정을 분출하는 음악보다는 사운드를 실험할 수 있는 전자음악으로 많이 빠지지 않을까? 톰 요크도 그렇고 많은 음악하는 아티스트들은 결국에 음악 오래 하다 보면 결국 할 얘기도 떨어지고 에너지가 줄어들어 사운드 실험으로 많이 가는듯.
왜냐면 오혁이 음악을 만들게 만든 가장 큰 동력이 앞서 말한 인생에 대한 혼란과 걱정, 불안 등 20대에 청춘에 느끼는 감정들인데, 이제는 오혁도 나이가 30이 넘으면서 생각 정리도 많이 된 거 같고, 결혼도 했고, 돈도 많이 벌었고. 이전과 같은 음악은 더 이상 하기 힘들지 않을까? 특히 Glue의 가사는 점점 흐릿해져가는 음악에 대한 오혁의 사랑을 적은 건 아닌가 생각이 듬. Do Nothing도 그렇고.
그래서 그냥 개인적으로 사랑으로랑 AAA 들으면서 느낀 건 오혁도 이제 넥스트 스텝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거 같은데 고민 많겠다는 생각이 듬. 이제 분출할 만한 감정도, 에너지도 많이 고갈된 거 같은데, 여태 이걸 동력으로 움직였는데 이게 고갈되다 보니깐 무언가를 하기는 해야 하는데 하고 싶은 거라 이루고 싶은 건 거의 다 해봤고 이제 별로 땡기는 게 없어서 뭘할지 고민 중인 거 같은데. 그래서 상업성과 예술성 둘 다 잡은 오혁이 Help와 New Born같은 곡을 만든 게 아닐까?

ㅅㅂ 나는 뭐 해 먹고 사냐. 오혁은 저렇게 자기 살 길 잘 만들어서 살고 있는데. 에효 시불.


2025년 2월 10일